내가 지도하고 있는 운동부 학생들은 진로, 진학에 대한 고민이 많다.
학생선수들 대다수는 빠르면 2학년, 늦으면 3학년이 돼서야 이 문제를 몸소 느끼기 시작한다.
학교는 학생들 개개인의 잠재가능성을 바탕으로 흥미, 적성, 능력 등을 고려해
알맞은 진학 및 직업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의 역할도 분명 한계가 있다.
프로/실업팀부터 대학까지...
운동부 아이들의 선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입상실적'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늘 경기력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매순간 아이들은 진로/진학을 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거다.
스포츠를 도구 삼아 진로/진학을 했던 학생들의 종착점은 어딜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6년이 지났다.
지금보다 훨씬 더 특기자대입전형제도(입상실적만으로 대학입학 가능)가 활성화되었던 때였다.
당시 서울체고 수영부 동기 모두는 수도권에 있는 학교를 갔다.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시립대, 한국체대 등등
단연코 지금의 아이들보다 훨씬 좋은 대학에 진학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있는가?
내가 이전의 글들에서도 언급했지만
나와 함께 부산에서 상경했던 수영 국가대표 선수는 지금 교도소에 있다.
대부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서 수영장에서 하루하루 불안한 고용관계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간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걸까?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 벤저민 바버(사회학자) -
첫째, 스포츠에 대한 접근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의 세상이 아이들이 스포츠를 바라보는 관점을 왜곡시켰고,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꾸어버렸다.
스포츠를 통해 얻게 되는 순수한 신체활동의 즐거움과 성취가 사라지고 오로지 1등만을 추구하는 삶.
과거 내 주변 학생선수들도 승리지상주의, 파워게임, 집단화, 서열화와 같은 헤게모니에 깊숙히 빠져있었다.
(여전히 그 사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내가 원하는 프로/실업팀에 가기 위해
비인권적인 훈련환경 속에서 운동하는 기계로 충실히 살아왔었다.
자연스레 스포츠는 대학진학을 위한 도구일 뿐 내가 원해서 하는 활동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자기주도성, 진취성을 잃어버린 운동선수는 결국 패배하기 마련이다.
이를 악물고 독종처럼 버티는 친구들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할 순 없다.
그렇게 패배가 누적되면서 사람은 무기력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활동을 극한까지 몰아부쳐야 하는 삶과 동시에
패배감과 자괴감을 느낀다면... 그 누가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하겠는가?
둘째, 학생선수의 문해력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3과목을 일컫어 국영수라고 했다.
왜 중요한지도 모르고
왜 필요한지도 몰랐다.
대부분 학생선수는 초등학교 때 공부에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아 부모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 때부터 책과는 담을 쌓게 된다.
아무리 부모님이 책을 읽으라고 해도 안 읽는다.
한글을 모르니 영어도 어렵다.
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니 숫자도 어렵다.
그렇게 세상과 점차 단절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매일 입에서 단내가 나는 훈련을 거듭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강권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일까?싶다...
셋째, 많은 학생선수들이 *오버트레이닝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오버트레이닝은 과도한 훈련으로 인해 만성피로가 찾아오는 것을 말한다.
이때,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적절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늘 피로에 절어있게 된다.
만성적인 피로는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크게 증폭시킨다.
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행동증상이 보이는데 그 중 하나가 심각한 중독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학생선수들은 쉽게 중독자가 되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현재는 과거에 비해 중독이 되기 쉬운 환경이다.
스마트폰으로 인스타, 페이스북과 같은 SNS활동에 중독되거나
포르노, 인터넷 불법도박, 코인, 주식 등등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시대다.
요약하자면
1. 스포츠를 진로/진학의 도구로 삼았던 방식으로 학생선수의 프레임이 왜곡되어버렸다.
2. 스포츠만이 전부라고 생각했기에 학업을 도외시했고, 그 결과 세상에 무지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3. 오버트레이닝 그리고 강압적인 운동부 문화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야기시켰고, 다양한 형태의 중독자들을 양산했다.
그 결과, 이 사회에서 큰 경쟁력이 없는 어른으로 커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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